"이혼 뒤 300일 내 출생한 아이, 무조건 전 남편 자녀라 강요 못해"

입력 2015-05-05 21:27  

헌재, 6대 3 헌법불합치 결정
"혼인·가족생활 기본권 침해"



[ 양병훈 기자 ] 이혼하고 300일 안에 태어난 아이를 전남편의 아이로 추정토록 한 민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A씨가 민법 844조 2항이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에서 재판관 6(헌법불합치) 대 3(합헌) 의견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고 5일 발표했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 조항이 위헌이기는 하지만 이를 즉각 폐지하면 혼란이 생길 우려가 있을 때 한시적으로 그 법을 존속시키는 결정을 말한다.

A씨는 2012년 2월 남편과 협의이혼하고 그해 10월 딸을 출산했다. 유전자 검사 결과 등을 봤을 때 딸이 전남편의 아이가 아님이 명백했지만 민법 844조에 따라 소송을 내지 않고는 인정받을 수 없게 되자 헌법소원을 냈다. 민법 844조 2항은 “혼인관계가 종료된 날로부터 300일 내에 출생한 자는 혼인 중에 포태(胞胎)한 것으로 추정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해당하는 아이는 무조건 전남편의 아이로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라간다. 이를 피하려면 2년 내에 자신의 아이가 전남편의 아이가 아니라는 ‘친생 부인의 소’를 법원에 내 판결을 받아야 한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당사자들이 원하지도 않는 친자관계를 강요하고 있다”며 “냅括?존엄과 행복추구권, 양성평등에 기초한 혼인과 가족생활의 기본권 등을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혼 후 6개월간 여성의 재혼을 금지하던 민법 조항이 2005년 삭제되고 이혼숙려기간 제도 등이 도입되면서 이혼 후 300일 내에도 전남편의 아이가 아닌 자녀를 출산할 가능성이 늘어났다”며 “사회적·의학적·법률적 사전변경을 고려하지 않고 예외 없이 300일 기준만 강요하는 것은 기본권 침해”라고 봤다. 다만 “해당 조항을 단순위헌으로 결정하면 전남편의 아이가 명확한 경우에도 법적 지위에 공백이 발생한다”며 개선 입법이 있을 때까지는 이를 계속 적용하도록 했다.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릴 때 일반적으로 ‘국회가 이 법을 언제까지 개정하거나 폐지하지 않으면 이 법은 효력을 상실한다’고 개정시한을 정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시한을 따로 정하지 않았다. 헌재 관계자는 “그간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면 개정시한을 넘겨 해당 조항이 위헌이 된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며 “이 조항은 당장 위헌이 되면 출생신고 자체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만큼 개정시한이 지났을 때 발생할 법적 혼란을 방지하기 위한 부득이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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